짧게 그리고 직설적으로 말하고 싶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는 장훈 감독의 신작 <택시운전사>는 영화적 성취에 있어서는 사실 별로 할 말이 없는 영화다. 더 쉽게 말하기. 나는 이 영화가 처참한 실패작이라거나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결론적으로 <택시운전사>는 우리의 기대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시선은 때때로 지루할 정도로 단순하고 직선적이며 씬(scene)과 씬 사이는 엉성하게 봉합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들의 슬픔을 인위적으로 고양시키기 위해 웃음 코드들을 기계적으로 삽입하는 한국영화 특유의 나쁜 버릇은 여전하며 마지막 자동차 추격 씬은 <택시운전사>의 납득할 수 없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영화의 의도였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의 나쁜 점들만 보자면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버전의 <명량>(2014)을 보는 느낌이었다.

<택시운전사>는 광고카피처럼 1980년 5월의 광주에서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정작 외부인의 시선은 그저 영화적 역량으로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공백 상태다. 김만섭(송강호)과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영화가 스스로를 처음부터 너무 빨리 자포자기하며 이 외부인 주인공들도 동시에 너무 빠른 속도로 광주라는 소용돌이에 그저 휩쓸리기 때문에 인물들은 그저 소모될 뿐이며 <택시운전사>를 통해 볼 수 있는 1980년 5월의 광주는 사실상 계엄군의 일방적인 폭력으로 끔찍한 공간이기는 하지만 <택시운전사는>이 끔찍함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은 결여되어 버린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영화가 내세운 외부인의 시선은 영화적·미학적 선택이라기보다 오히려 영화의 부족함에 대한 알리바이로만 제시된 느낌이다.

 외부인 주인공 위르겐 힌츠페터는 카메라를 들고 금남로 주변을 서성이지만 외부인이 바라보는 1980년 5월의 광주는 보이지 않는다.

외부인 주인공 위르겐 힌츠페터는 카메라를 들고 금남로 주변을 서성이지만 외부인이 바라보는 1980년 5월의 광주는 보이지 않는다.ⓒ 쇼박스

하지만 <택시운전사>는 이 모든 단점들과 잘못된 선택들에도 불구하고 개봉 1주일이 채 안된 8월 9일 현재까지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택시운전사>를 보았다. 이들 중 대부분의 관객들은 <택시운전사>를 보면서 웃다가 이내 눈물을 흘렸을 것이며, 무엇보다 인상적인 현상은 관객들이 <택시운전사>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관객들의 눈물과 지지는 <택시운전사>의 영화적 성취와는 전혀 무관하며 사실 영화를 향하고 있는 것도 아닌 듯하다.

관객들은 <택시운전사>를 보기 전부터 이미 1980년 5월의 광주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일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는지, 무엇보다 그 사건들이 오늘 한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이미 눈물 흘릴 준비를 하고 극장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택시운전사>라는 영화가 1980년 5월의 광주를 그저 우리 눈앞에 데려다 놓았을 때 우리는 자동반사적으로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머리에 스치는 몇몇 이미지만으로도, 몇 줄의 노랫말만으로도 심장 언저리가 아리도록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계엄군의 끔찍한 폭력을 목격한 서울 택시운전사 김만섭이 경험하는 5.18의 가장 큰 공포는 광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광주에서 계엄군의 끔찍한 폭력을 목격한 서울 택시운전사 김만섭이 경험하는 5.18의 가장 큰 공포는 광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쇼박스

나 역시 <택시운전사>를 지지한다. 이유는 단지 <택시운전사>가 1980년 5월 광주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발생한지 채 40년이 되지 않은 한 국가의 역사적 분기점이자 생존해 있는 80년을 경험한 세대와 사회전체가 공통적으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역사를 영화로 다룬다는 것, 그 역사의 무게감을 어떤 식으로든 버티어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택시운전사>는 어떻게든 낡은 브리사를 후진해 시간을 거슬러 달리고,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는 비좁은 숨겨진 길들을 찾아내서라도 1980년 5월의 고립된 광주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영화이다. 그리고 태도는 겸손하고 진지하다. 나는 앞으로 1980년 5월의 광주에 관한 보다 다양한 영화들이 보다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질 5.18의 영화들이 바람직한 태도로 역사의 무게를 버티어내고 우리를 찾아왔다면 나는 반갑게 맞이할 생각이다.